레저나노S (Ledger Nano S)에 XRP를 묻어버리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레저나노S가 반값 세일을 했다. 사고는 싶지만 애매하게 비쌌는데 아주 지르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아마존에서 직구로 샀는데 배송비 포함 67,000원이다.


다른 블로그에 차고 넘치는 사용법이나 상세한 리뷰는 안할란다. 사실 내가 힘들어서.

사실 지금도 USB 메모리 서너 개 장만해서 나름 콜드월렛 형태로 XRP를 보관 하고 있는데 이 이상 필요할까 싶었다. 물론 하드웨어지갑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 기준으론 없어도 크게 위험하다거나 불안함을 느끼진 않았다.

레저나노S 동봉카드
복구용 카드 3장(한장은 사용해서 사진엔 없음), 안내 카드 2장.
"이거 아셨나요? 이 상품 박스에는 안티 탬퍼링 스티커가 없습니다."
전원 들어올 때(USB연결 때)마다 내장앱에서 암호화 기술로 위변조 여부를 판단하기에 개봉방지 스티커가 의미가 없나보다. 디바이스 그 자체로 탬퍼링 방지다.

레저나노S 고리 연결
열쇠고리도 들어있는데 제대로 낀 건가 모르겠다.

리플 XRP를 옮겨 넣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고, EOS는 계정의 개념 자체를 잘 몰랐던 터라 오래 걸렸다. PC에 설치하는 wallet의 경우, EOS는 불안정 하다. 뭐 디바이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여기다 돈을 전적으로 맡겨도 되나싶은 느낌이 시간이 감에따라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양쪽 버튼은 너댓번에 한 번쯤은 안 먹히는데, 내꺼만 그런겨? 아무튼 처음 생각보단 영 별로다. 자신의 PC 관리 상태도 괜찮고 어느정도 보안에 대한 개념이 있다면 제 값 주고 살 필요까진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내가 이 레저나노를 산 이유는 조금 상징적인 면이 있다.

존버용 금고다.


문득 생각 해 보니 이놈의 암호화폐 때문에(정확히는 XRP에 투자하기로 한 시점부터) 근 1년동안 새벽에 한 번이라도 잠을 깨지 않은 적이 손에 꼽힌다. 그만큼 나도 모르게 온 신경이 암호화폐 시세로 쏠려 있었고 떡상, 떡락 꿈도 수없이 꿨다. 나도 내 자신이 이렇게까지 예민한 지 새롭게 알았다.

그동안 1년 내내 하락 해서 이젠 뭐 감이 없어졌다 싶다가도 여전히 새벽에 눈이 떠지는 내 자신을 보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어쨌든 투자 하면 3년은 기본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니 이젠 5년도 자신 있다. 그 동안 존버 해왔지만 제대로 또 존버를 한단 얘기징. 바로 이 레저나노S로.

입출금 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 전용 프로그램도 설치되어야 하고, 게다가 USB 5핀 케이블까지 있어야 한다. 이런데도 지갑이라고 할 수 있나? 레저나노S는 지갑이 아니라 금고다.

애초에 이런 번거로움때문에 지갑이 인터넷에 연결 될 일이 거의 없어 고도의 보안성을 떠나서 안전할 수 밖에 없지않나. 이런 관점에서 나처럼 USB 메모리 사서 키를 넣고 짱박아뒀던 것과 거의 같다. PC 연결되는 그 순간이 야생이고 정글에 노출되는 것 빼고는.

시세는 쳐다도 안본지는 꽤 됐지만 아예 잊어버리고 암호화폐를 모르던 시절처럼 살기위해 장만한거다. 물론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 1프로라도 뽀대있는 물건 속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줄 확률을 높여 준다면 좀 덜하지 않을까.

종이에 적어, 적어.


참, 기계 자체가 망가지거나 잃어버리는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해봐야 할 게 있는데 XRP 지갑을 21XRP 정도 보내서 활성화 시킨 후 싹 다 초기화 하고 24개 단어로 복구 해 보는거다.

애초에 들어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레저나노S속의 Private Key를 완전히 날려도 24개의 단어들로 다시 기존 계정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되살릴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해 봤는데 잘 된다. 다만 이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노가다다. 버튼 2개로 24개의 단어를 세팅 한다는 데 쉬울리는 없다. 그래도 나름 알파벳 한 자 한 자 완성 해 가다보면 뒤로 갈 수록 출현 가능한 문자들로만 범위가 좁혀지니 말도 안되는 수준까지는 안간다.

아무튼 24개 단어는 손수 적어야 한다. 적어서 탄통에 보관 하자. 집에 불이 나더라도 기계가 불에 타거나 박살 나도, 바다 밑에 가라앉더라도 이 단어들만은 살려야한다!

어쩌면 머리속에 새기는 게 좋을 지 모르겠다. 24개 영단어쯤이야! 나는 자신없다. 나이들면서 가장 눈에 띄게 퇴보하는 게 기억력과 두뇌회전 속도라 믿기때문이다.

거 블록체인, 분산원장을 외치는 첨단 보안 사회에서 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이고 무식한가말이다. 할 수 없이 현존 암호 기술로도 이 방법이 궁극의 보안인가싶다.


어느새 2018년 12월 1일이다. "Little Drummer Boy". 운전하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가족과 함께 행복 할 크리스마스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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